<웜바디스>는 현재를 기준으로 그것을 살아가는 세 가지의 인간형을 각각 인간과 좀비, 보니로 비유한 것 같다. '목숨', 그러니까 자신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존재를 아직 살아있는 인간으로, 매일 반복되는 생활에 염증을 느끼지만 딱히 뭔가 새로운 것을 찾으려 하지 않는 존재를 좀비로, 아예 삶을 포기한 채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증오심과 본능 외엔 존재하지 않는 생활을 하는 존재를 '보니'라 부른다. 우연한 계기로 인간 소녀 줄리(테레사 팔머 분)와 마주치고 그녀에게 첫눈에 반한 좀비 R(니콜라스 홀트 분)은 멈췄던 심장이 다시 뛰는 것을 느낀다. R의 무미건조한 일상에 갑자기 끼어든 줄리가 좀비떼에게 먹히지 않게 지켜주는 과정에서 그는 점점 변화하기 시작하며, 인간과 좀비 사이의 화해를 시도한다. R의 설득으로, 좀비 무리들도 죽은 후 잊고 있던 인간성을 회복하고 심장이 뛰게 되며 살아있는 존재들만 노리는 보니들의 공격을 받게 된다. 인간과 좀비들은 연합하여 보니들을 물리치고, 서로 해치지 않고 공존하는 길을 택하며 두 집단을 가르고 있던 높고 두꺼운 벽을 허문다. 그래, 좋게 해석하면 열정적인 삶과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찬양이지만, 이 영화는 그런 뻔한 이야기도 재미있게 해내지 못한다.
개인적으로는 <라스트 스탠드>만큼이나 만들어져서는 안됐을 영화라고 생각한다. 어떠한 반전이나 신선한 흥미거리도 존재하지 않으며, 심지어는 영상미조차 없다. 인간이 아닌 존재를 다룬 로맨스 영화들처럼 애절하지도 않다. 영국 드라마 <스킨스>시리즈로 우리 나라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는 니콜라스 홀트가 좀비로 출연한다 해서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그 관심에 전혀 보답하지 못하는 것이다. 인간과 좀비, 보니가 같은 세상 안에 존재하고 있는 역사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언급되지 않으며, 캐릭터가 강조된 영화임에도 각 캐릭터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설명 역시 부족하여 몰입도를 해친다. 러닝타임이 짧다고 한들 갈등상황과 그 해결은 너무나도 간단하게 이루어진다. 더이상의 설명을 하고 싶어도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임팩트가 없었다. 모두들 돈과 시간을 아끼길 바란다.
'ARCHIVE 1'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슬 (0) | 2013.03.27 |
---|---|
안나 카레니나, Anna Karenina (0) | 2013.03.23 |
링컨, Lincoln (0) | 2013.03.18 |
연애의 온도 (0) | 2013.03.15 |
장고 : 분노의 추적자, Django Unchained (0) | 2013.03.11 |
제로 다크 서티, Zero Dark Thirty (0) | 2013.03.07 |
스토커, Stocker (0) | 2013.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