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슬러, The Counselor 의 인트로는 몹시 근사하다. 등장인물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먼저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너무나 익숙하다. 우리는 이내 카메라가 비출 인물의 얼굴을 알고 있다. 이윽고 클로즈업된 화면에, 마이클 파스밴더와 페넬로페 크루즈가 모습을 드러낸다. 감독이 배우에게 느끼는 자부심과 배우 자신이 스스로에게 느끼는 자부심이 동시에 관객에게 전달되며, 배우 고유의 아우라에 압도당한다. 하비에르 바르뎀과 카메론 디아즈의 등장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사실 이 초반부로 소개한 것은 현실세계의 배우들과 감독일 뿐, 의 등장인물들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하다. 하지만 스크린을 넘쳐흐르는 그 자신감에, 이어질 이야기를 기대하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래서 바짝 집중하고 이야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영화가 끝날 때까지, .. 더보기 디스커넥트, Disconnect 기록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기억의 휘발성 때문에 발명된 이 '기록'이라는 장치는, 현대에 들어와서는 더욱 입체적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리고 현대의 기록은, 그 무게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가벼워지고, 쉽게 복제할 수 있게 되어서 이전보다 훨씬 수많은 사람들에게 '살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빌렘 플루서의 말처럼, 사람들이 상상을 가공하는 방식은 이미지에서 텍스트로 갔다가, 다시 이미지로 회귀한다. 처음의 이미지는 완벽하게 똑같은 것을 복제해낼 수 없는 고유물이고, 이동에 제한이 있는 실물이었다. 인간이 이 이미지를 볼 때, 즉물적으로 개인의 감각에 와닿는 것이 있었고, 대부분의 관찰자들은 비슷한 내용의 감상을 내놓게 된다. 텍스트는 그 이미지를 글로 옮겨낸 후 그것을 읽는 자들의 머.. 더보기 더 퍼지, The Purge purge1. (조직에서 사람을, 흔히 폭력적인 방법으로) 제거[숙청]하다2. (나쁜 생각, 감정을) 몰아내다[없애다]이외에도 'purge'라는 단어는, 무언가를 '깨끗이 하다'나 '정화하다'의 뜻을 담고 있다. 여느 미국식 영화들이 그러하듯, 역시 미국의 찬란한 영광이라는 거대서사 속의 불순물을 조명하고 그것을 제거하는 과정을 그린다. 다만 현실에 다소 과격한 상상을 녹여내어, '효율'의 명목으로 행해지는 그 제거과정의 비인간성을 노골적으로 이야기하고 있기는 하다. 일년에 단 한번, 12시간 동안 미국 전역은 무법지대가 된다. 모든 미국인들은 일년간 억눌러온 분노를 폭력으로 분출하는 것을 국가적 차원에서 허락받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은 효과가 매우 좋아서, 실업률과 범죄율은 추락하고 미국은 전에.. 더보기 이전 1 2 3 4 ··· 5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