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웅 썸네일형 리스트형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 땅에 발을 붙인 채 살도록 타고난 인간이라는 존재는, 그래서 태생적으로 뿌리를 갖고 있다. 아무리 사주팔자에 역마살이 끼어있다 하는 사람일지라도 삶의 한 순간쯤은 모처에 뿌리를 박고 정착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자신이 갖고 있는 그 뿌리가 어디서부터 타고났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해 하게 된다. 한편, 이같은 '생득적' 뿌리의 존재는 인간을 부자유스럽게 만든다. 그것을 땅에 심고 싶어하든, 그로부터 뽑고 싶어하든지간에 외부의 조력이나 부추김 없이 쉽게는 되지 않는 것이다. 속 '화이(여진구 분)'의 다섯 아빠들은 자신 안팎의 괴물들에 의해 땅으로부터 뿌리까지 들려진 채로 옮겨다니며 살아왔다. 그들이 유괴한 화이의 아빠를 자처한 것은, 그 어리고 가여운 생명의 힘이라도 빌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싶었기 때문일지도.. 더보기 파파로티 A4 크기의 리플렛 속 이제훈의 촉촉한 눈을 보았을 때, 중3 때 학교에서 단체관람했던 의 폴라로이드 사진 속 박해일이 오버랩됐다. 박해일 이후로 그렇게 그렁그렁한 눈은 다시 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기필코 이 영화를 극장에서 관람시키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애잔하게까지 느껴지는, 한껏 격앙되고 멋부린 영화 소개말에 코웃음이 나올 정도로 영화가 뻔한데다 그닥일 것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고민 끝에 결국 나를 극장으로 향하게 했던 것은, 온전히 이제훈의 그 젖은 눈이었다. 영화는 딱 생각만큼 별로였다. 동서고금의 감동적 스토리는 다 갖다 붙인 모양새다. 재능있는 건달의 성공기, 사고로 인해 꿈을 잃은 이가 제자에게 자신의 꿈을 투영한다는 감동 스토리, 아버지에게 물려 받은 학교를 일으켜야.. 더보기 분노의 윤리학 윤리학이란, 그것이 신으로부터의 가르침이든, 세속에 기반한 규범이든간에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선한 행위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렇기에 만약 인간이 이 세상에 단 한 개체만 존재한다면,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이기도 하다. 윤리학은 둘 이상의 인간 사이에 맺는 '관계'를 다루며, 그 관계에서 선함과 악함이란 반드시 절대적으로 이분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모순된 단어가 존재하는 이유다. 인간을 선하게 만드는 이유도, 악하게 만드는 이유도 있다. 속 한 명의 여대생을 둘러싼 네 남자의 악행이 관객 앞에 적나라하게 폭로됐을 때도, 이 네 남자들은 모두 자신의 행위를 필사적으로 변호한다. 여대생과 바람을 피운 대학교수 수택(곽도원 분)의 아내 선화(문소리 분)가, 한자리에서 파국을 맞..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