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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전성시대’? 한국 영화계의 위기입니다 ‘외화 전성시대’? 한국 영화계의 위기입니다‘외화 전성시대’라는 말이 참 오래도 들려옵니다. 올 초 ’킹스맨’을 시작으로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까지 상반기 장기 흥행작들은 전부 외화였습니다. 그에 비해 한국 영화의 성적은 참담합니다. ‘쎄시봉’, ‘허삼관’, ‘장수상회’ 등 기대작들도 손익분기점을 크게 밑돌며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뒤늦은 입소문조차 터지지 않는 꼴입니다.이처럼 상반기 한국 영화 중 이익을 한 푼이라도 낸 영화는 손에 꼽습니다. ‘스물’ ‘악의 연대기’ ‘차이나타운’ 정도가 힘겹게 손익분기점을 넘겼습니다. 그러나 영화의 만듦새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입니다. 어느 정도 흥행이 보장된 장르의 전형적 문법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인 듯.. 더보기
나의 독재자. 우리 아버지들의 '화양연화' '화양연화'.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해준 감독은 신작 '나의 독재자'를 통해 이 '화양연화'를 다룹니다. 그러나 영화의 주인공 성근(설경구 분)과 태식(박해일 분)의 삶 속에서 이 단어를 찾아내는 과정은 너무나도 괴롭습니다. 아내도 없이 노모(손영순 분)와 어린 아들 태식(박민수 분)을 데리고 사는 무명배우의 이야기라니, 말만 들어도 반사적으로 콧날이 시큰해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매번 맡는 배역이라곤 후배들에게 주조연을 내주고 남은 행인 1,2,3 뿐이지만 그저 내 능력이 모자랐겠거니 하며 너털웃음을 짓는 성근에게는 무대 공포증까지 있답니다. 이쯤 되면, 과연 이 남자에게도 '화양연화'가 올지, 궁금함이 앞설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무대의 앞에서 자신이 무대 위에.. 더보기
현아요? 글쎄.. 글쎄, 어제와 오늘 SNS 및 포털을 중심으로 주간경향에 게재된 현아를 향한 묵직한 돌직구 칼럼이 엄청나게 화제가 됐다. 내 감히 단언하건대 아이돌을 향해 저토록 원색적인 단어로 메워진 글이 이렇게 큰 공감을 불러 일으켰던 적은 없다. 대부분의 네티즌들이 '가려운 곳을 긁어 줬다' '이 기자 최소 배우신 분' 등의 댓글로 해당 칼럼에 대한 동의를 표현한 반면에, 일각에서는 '무슨 말인지는 알겠지만 현아보다는 글쓴이의 표현이 천박하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내가 끝끝내 공감할 수 없던 것은 '안 보면 그만' '이 기자 씹선비냐' '현아가 불쌍' '섹스를 암시하는게 어때서?' '고상한 걸 원하면 클래식이나 들어라' 등의 의견이었다. 대중문화를 이야기하며 '섹스어필'을 공격한다는 것은, 대중문화 자체를 부정.. 더보기
'너희들은 포위됐다', 드라마는 드라마일뿐 딴지걸지 말자? 시청자들로 하여금 드라마를 선택하게 하는 매력은 무엇일까? 사실 보고 즐길 거리가 부족했던 지난날에 비해 영상 콘텐츠의 외연은 놀랄 만큼 확장됐다. 여가 선용의 폭이 좁은 한국 문화 특성상, 다소 수동적이지만 비교적 용이하게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영상 콘텐츠들이 발달하게 된 것이다.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송국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개인이 다양한 포맷의 힘을 빌려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경우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이렇게 현대의 대중은 콘텐츠의 '데이터 스모그' 속에서 살아가게 됐다. 그래서 콘텐츠들은 대중의 간택을 받아 생존하기 위한 경쟁 체제에 돌입했다. 결론적으로, 매력이 없는 콘텐츠는 자동으로 도태된다는 '쌀로 밥 짓는 소리'는 아직도 유효하다. 그리고 콘텐츠가 대중을 상대로 어필할 수 있는 가장 큰.. 더보기
'정도전' 우왕이 자신의 몸에 인두를 댈 수밖에 없던 이유는? 4일 오후 방송된 KBS 1TV 대하사극 '정도전'(극본 정현민·연출 강병택 이재훈)에서 정몽주(임호 분)의 주도에 폐위된 우왕(박진우), 창왕 부자가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앞서 우왕은 위화도 회군 이후 자신을 압박해 오던 이성계(유동근 분)를 죽이려 했었으나 실패한 뒤 폐위당해 강화도로 귀양을 갔던 바 있다. 이후 우왕은 김저 와 정득후를 통해 다시 한 번 이성계를 암살하려 했으나, 곽충보의 밀고로 인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 후 진퇴양난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사실 난감한 것은 이성계도 다르지 않았다. 원나라가 사실상 멸망하고 새롭게 중원의 패자(覇者)가 된 명나라는 고려에 사사건건 꼬투리를 잡으려 들었고, 이미 우왕을 폐위했던 이성계가 다시 창왕을 폐한다는 것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 더보기
'정도전' 인생은 하륜처럼..진정한 중도? 3일 오후 KBS 1TV 대하사극 '정도전'(극본 정현민·연출 강병택 이재훈)에서는 이성계(유동근 분)세력의 전제개혁을 반대하던 하륜(이광기 분)일파가 정도전(조재현 분)에 의해 옥에 갇히는 장면이 방송됐다. 하륜은 역사 속에서 상당히 독특한 포지션을 지닌 인물이다. 정도전 정몽주(임호 분) 등과 함께 목은 이색(박지일 분)의 문하생으로서 성리학을 공부한 유자(儒者)였지만, 동시에 권문세족의 수장인 이인임(박영규 분)의 조카사위이기도 하다. '정도전' 초반 하륜은 처백부 이인임의 곁에서 권모술수를 배우며 성장했다. 이인임은 하륜에게 "정치하는 사람에게는 딱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하나는 적이고, 다른 하나는 도구다" "바둑에서 상대의 손을 따라 두면 필패다. 정세가 불리하니 일단 손을 뗀 뒤 상대가 예.. 더보기
'정도전' 정몽주의 '폐가입진'..피눈물로 옹립한 공양왕 4일 오후 KBS 1TV 대하사극 '정도전'(극본 정현민·연출 강병택 이재훈)에서는 정몽주(임호 분)가 우왕(박진우 분), 창왕 부자를 폐한 뒤 공양왕(남성진 분)을 옹립하는 장면이 방송됐다. 폐가입진(廢假立眞). 거짓된 것을 폐하고 진실된 것을 세운다는 뜻이다. 우왕이 공민왕의 적자가 아니라 요승 신돈의 아들이며, 자연히 우왕의 아들인 창왕도 왕(王)씨가 아닌 신(神)씨이므로 폐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역사 속에서 이 '폐가입진'의 논리를 들어 우왕과 창왕을 제거하는데 가담했던 인물 중 정몽주가 끼어있다는 사실은, 자못 충격적이다. 정몽주는 정도전(조재현 분)을 위시한 급진개혁파의 전제개혁 등에 일견 동의하면서도, 역성혁명의 대업에는 단호히 동참을 거부한다. 후일 이방원(안재모 분)의 심복들에게 살해당.. 더보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The Amazing Spider-man 2 최근에야 대중에게 수퍼히어로물 같은 '대놓고 오락영화'가 극진한 대접을 받게 됐다. '대놓고 오락영화'는, 이를테면 아이돌 음악같은 대접을 받았었다. 클리셰 범벅의 단순한 내러티브는 조롱당했고, 비현실적 세계관은 유치하다는 핀잔에 직면해야만 했다. 하지만 드디어 세상은 변했다. 필름 상영시대에서 디지털 상영시대로 기술적 변화가 이뤄짐에 따라 4K, 3D, IMAX, HFR 등 다양한 상영 포맷들이 등장했고 이는 대부분 오락영화의 시각적 쾌감을 극대화시키며 수많은 관객들을 스크린 앞으로 유인했다. 이제는, 오락영화 덕후들이 분연히 떨치고 일어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영화 를 기점으로, 외산 3D 영화들은 각광받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일반 2D 영화에 비해 비싼 가격과 새로운 포맷에서 느껴지는 위화감(실제로.. 더보기
카운슬러, The Counselor 의 인트로는 몹시 근사하다. 등장인물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먼저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너무나 익숙하다. 우리는 이내 카메라가 비출 인물의 얼굴을 알고 있다. 이윽고 클로즈업된 화면에, 마이클 파스밴더와 페넬로페 크루즈가 모습을 드러낸다. 감독이 배우에게 느끼는 자부심과 배우 자신이 스스로에게 느끼는 자부심이 동시에 관객에게 전달되며, 배우 고유의 아우라에 압도당한다. 하비에르 바르뎀과 카메론 디아즈의 등장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사실 이 초반부로 소개한 것은 현실세계의 배우들과 감독일 뿐, 의 등장인물들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하다. 하지만 스크린을 넘쳐흐르는 그 자신감에, 이어질 이야기를 기대하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래서 바짝 집중하고 이야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영화가 끝날 때까지, .. 더보기
디스커넥트, Disconnect 기록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기억의 휘발성 때문에 발명된 이 '기록'이라는 장치는, 현대에 들어와서는 더욱 입체적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리고 현대의 기록은, 그 무게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가벼워지고, 쉽게 복제할 수 있게 되어서 이전보다 훨씬 수많은 사람들에게 '살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빌렘 플루서의 말처럼, 사람들이 상상을 가공하는 방식은 이미지에서 텍스트로 갔다가, 다시 이미지로 회귀한다. 처음의 이미지는 완벽하게 똑같은 것을 복제해낼 수 없는 고유물이고, 이동에 제한이 있는 실물이었다. 인간이 이 이미지를 볼 때, 즉물적으로 개인의 감각에 와닿는 것이 있었고, 대부분의 관찰자들은 비슷한 내용의 감상을 내놓게 된다. 텍스트는 그 이미지를 글로 옮겨낸 후 그것을 읽는 자들의 머.. 더보기
더 퍼지, The Purge purge1. (조직에서 사람을, 흔히 폭력적인 방법으로) 제거[숙청]하다2. (나쁜 생각, 감정을) 몰아내다[없애다]이외에도 'purge'라는 단어는, 무언가를 '깨끗이 하다'나 '정화하다'의 뜻을 담고 있다. 여느 미국식 영화들이 그러하듯, 역시 미국의 찬란한 영광이라는 거대서사 속의 불순물을 조명하고 그것을 제거하는 과정을 그린다. 다만 현실에 다소 과격한 상상을 녹여내어, '효율'의 명목으로 행해지는 그 제거과정의 비인간성을 노골적으로 이야기하고 있기는 하다. 일년에 단 한번, 12시간 동안 미국 전역은 무법지대가 된다. 모든 미국인들은 일년간 억눌러온 분노를 폭력으로 분출하는 것을 국가적 차원에서 허락받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은 효과가 매우 좋아서, 실업률과 범죄율은 추락하고 미국은 전에.. 더보기
토르 : 다크월드, Thor : The Dark World (기승전로키찬양 주의)영화화된 마블 코믹스 시리즈 가운데, 주인공보다 악역이 돋보였던 것은 아마 시리즈가 유일할 것이다. 금발에 벽안, 강인해 보이는 엉덩이 턱과 물 샐 틈 없이 장착한 근육덩어리를 가진 전형적 수퍼 히어로에 비중있는 러브라인까지 갖췄음에도, 사람들은 그에게 시련을 주는 악역에 더 관심을 보였다. '미워할 수 없다'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그가, 바로 시리즈의 악역 '로키(톰 히들스턴 분)'다. 시리즈는 '원작의 원작'이 있는 탓에, 텍스트를 그림으로, 그림을 영화로 재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영화 중 하나다. 그리고 이러한 상상의 이미지화 부분에서 시리즈에는 상당한 흡인력과 그에 따르는 만족이 있다. 신의 세계가 인간계와 얽힐 때 다소 내러티브가 조잡하고 평범해지는 느낌은 아직 지울 수 .. 더보기
킥애스 2 : 겁없는 녀석들, Kick-Ass 2 씨발 나의 킥애스는이렇지 않다눙ㅡㅡ 의 개봉을 앞두고, 주연급으로 출연한 짐 캐리의 발언이 화제가 됐었다. 작년 말 일어났던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사건을 이야기하며, '양심상 이 영화의 폭력성을 견딜 수 없다'고 말한 것. 본인이 출연한 영화가 아직 개봉하지도 않았는데, 홍보활동 자제를 선언하고 나서자 사람들은 짐 캐리의 부족한 상도덕을 지적했다. 당시 짐 캐리의 이 발언을 접했을 때는 나도 비슷한 마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툭 까놓고 말하면, 그가 지각할 수 있는 반경에서 일어난 총기난사사건 등의 테러가 그의 출연 이전에 없었던 것도 아닌데, 촬영까지 전부 마쳐 놓고 돌연 이런 반응을 보인 것이 의아했다. 도대체 얼마나 독한 영화이기에. 그가 영화의 폭력성 때문에 양심의 가책을 느낄 정도였다는 말은.. 더보기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 땅에 발을 붙인 채 살도록 타고난 인간이라는 존재는, 그래서 태생적으로 뿌리를 갖고 있다. 아무리 사주팔자에 역마살이 끼어있다 하는 사람일지라도 삶의 한 순간쯤은 모처에 뿌리를 박고 정착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자신이 갖고 있는 그 뿌리가 어디서부터 타고났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해 하게 된다. 한편, 이같은 '생득적' 뿌리의 존재는 인간을 부자유스럽게 만든다. 그것을 땅에 심고 싶어하든, 그로부터 뽑고 싶어하든지간에 외부의 조력이나 부추김 없이 쉽게는 되지 않는 것이다. 속 '화이(여진구 분)'의 다섯 아빠들은 자신 안팎의 괴물들에 의해 땅으로부터 뿌리까지 들려진 채로 옮겨다니며 살아왔다. 그들이 유괴한 화이의 아빠를 자처한 것은, 그 어리고 가여운 생명의 힘이라도 빌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싶었기 때문일지도.. 더보기
그래비티, Gravity 인간은, 그 자체로 모순적인 존재다. 그리고 이 인간이라는 모순적 존재는 그가 '있는' 공간마저 모순적으로 만들곤 한다. 하지만, 인간이 이처럼 모순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어쩌면 '중력'의 존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무게를 갖고 있는 물체가 공간 안에 존재할 때 그 공간은 휘어지고, 다른 물체를 끌어 당기는 영향력을 발산한다. 태생적으로 서로를 끌어 당기는 힘을 가진 인간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음에도, 가끔은 무중력 상태의 자유를 꿈꾼다. 중력처럼 이미 가진 것들을 끊임없이 넘어서려는 인간의 욕심을, 지구에서는 도전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사실 먹고 사는 일은 더이상 도전의 영역이 아니게 됐음에도, 인간은 그 이상의 어떤 것들을 꿈꾼다. 그리고 그 꿈들은 인간들을 우주로 보내고, 우주 공간을 상상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