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re is no place for these kids in our culture. (...) They're superior to what we hold sacred. and what a culture can't assimilate.. it destroys.
브라이언 드 팔마는, 습관적으로 영상에서 글을 뽑아내 읽으려하는 고질적 관람태도를 언제나 불가능하도록 만들어 버린다. 이렇게까지 어떤 은유도 없이 영상으로 돌직구를 날리면서 심심한 충격을 줄 수 있는 영화는 마리오 바바의 것 정도가 기억난다. 그러면서도 두 초능력자들의 이야기가 교묘하게 한 줄기로 얽히도록 내러티브를 건드리는 기술은 콜롬버스가 계란을 세우는 것처럼 하도 간단해서 어이없을 정도지만 납득할 수 밖에 없는 것들이었다. 피터의 아들 로빈은 초능력자이기에 국가로부터 관리를 빙자한 이용을 당해야만 했고, 피터는 로빈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사투를 해야만 하며, 그런 피터를 사랑하기 때문에 헤스터는 그를 도와야만 하고, 그 과정에 로빈과 같은 능력을 가진 길리안이 필연적으로 파고들게 된다. 다만 '왜'라는 질문을 굳이 던지게 되는 부분이 있었다면 거의 무적인 로빈과 길리안이 정작 필요한 때에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염력으로 인체까지 띄우고 회전까지 시킬 수 있는 애가 추락사라..
이 영화 속에서 가장 유효했던 구도는 단연 조감이었다. 단순한 훔쳐보기씬이라면 동일한 눈높이에서 훔쳐보는 행위를 가려줄 장애물이 응시자와 대상 사이에 존재하는 등의 설정이 보통이지만, 여기서는 거기에 권력이 끼어든 탓에 감시대상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조감의 구도가 활용되는 것이다. 이는 국가, 더 크게는 문화와 같은 커다란 권력들이, 이용가능한 비문화들을 관리하는 폭력적 과정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카메라는 단순히 위에서 비스듬히 대상을 찍는 것이 아니라 점점 위치를 높이면서 길리안이나 로빈 그 자체만이 아니라 주변의 모든 것들까지 감시의 대상으로 몰아넣는 효과를 준다. 엘리가 집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장면이 CCTV화면과 병치되는 부분이 확실한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위에서 감시하듯 인물들과 배경들을 넓게 잡고 있던 카메라가 한 곳에 포커스를 맞출 때는 반대로 시야를 좁혀가며 내려온다는 점이다.
하지만 감시대상을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를 감시대상에게 빼앗겨 버리는 흥미로운 아이러니 역시 존재했다.
그 외에도 브라이언 드 팔마의 주특기인 감각적인 영상구성은 많다. 길리안이 파라곤을 탈출할 때 오랜 시간을 슬로우모션으로만 잡았던 장면은 '이러다 뭔 일 일어나겠다'는 긴장감의 폭발을 유도했다. 또 길리안이 파라곤 안에서 로빈이 묵던 불꺼진 방의 스위치를 켰을 때 마치 그녀가 로빈과 한 공간에 있는 듯 동시에 보이는 '비전' 장면은 매우 세련되고 모던한 방식의 연출이었다.
길리안과 로빈이 분노했을때 얘네를 건드리면 온몸의 구멍에서 죄 피를 쏟고 죽게 된다는 설정 역시 존굳.. 짤순이 씬은 대박이다 정말..
다른 군더더기는 없지만, 초능력자들의 능력이 애초에 제어가 되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설득력있는 소스들이 필요했다는 것이 약간 아쉬웠다. 하지만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기 딱 오분전, 경탄을 금치 못할 명장면이 나왔다. 그 통쾌한 씬이 지나가고 영화가 끝났을 때, 정말이지 박수를 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압도감과 여운이란.. 꼭 직접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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