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발 나의 킥애스는
이렇지 않다눙ㅡㅡ
<킥애스 2 : 겁없는 녀석들>의 개봉을 앞두고, 주연급으로 출연한 짐 캐리의 발언이 화제가 됐었다. 작년 말 일어났던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사건을 이야기하며, '양심상 이 영화의 폭력성을 견딜 수 없다'고 말한 것. 본인이 출연한 영화가 아직 개봉하지도 않았는데, 홍보활동 자제를 선언하고 나서자 사람들은 짐 캐리의 부족한 상도덕을 지적했다. 당시 짐 캐리의 이 발언을 접했을 때는 나도 비슷한 마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툭 까놓고 말하면, 그가 지각할 수 있는 반경에서 일어난 총기난사사건 등의 테러가 그의 <킥애스 2> 출연 이전에 없었던 것도 아닌데, 촬영까지 전부 마쳐 놓고 돌연 이런 반응을 보인 것이 의아했다. 도대체 얼마나 독한 영화이기에. 그가 영화의 폭력성 때문에 양심의 가책을 느낄 정도였다는 말은 외려 이런 장르 영화의 마니아들에게는 더없는 홍보로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다.
조심스레 <킥애스 2 : 겁없는 녀석들>의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그 즉시 '짐 캐리가 경솔했네'했던 마음을 접었다. 대개 <킥애스> 시리즈와 유사한 영화를 볼 때, 관객들은 화려한 액션씬과 낭자한 유혈, 무자비한 살육 장면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더이상 그런 장면들을 보며 쾌감을 느낀다고 해서 변태 취급을 받는 세상도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여타 좀비 영화는, '인간이 아니'면서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들을 처단하기 때문에 관객들이 '죽음'이라는 이벤트에 크게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었다. 팔 한 짝이 너덜거리든, 눈알이 제자리를 벗어나 대롱대롱 매달려 있든 그들은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거북할 것이 없다. 또, 이미 이쪽에서는 전설이 된 <킬 빌> 같은 영화에서 튀기는 피는, 복수심을 사실적 이미지로 가시화하는 연출로 받아들여질 수준이었기 때문에 보는 이들을 괴롭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킥애스 2: 겁없는 녀석들>의 경우는, 영화 안의 선(善)을 독점하는 주인공마저도 너무 쉽게 피를 보려 한다. 정당방위로 납득하기엔 과도한 폭력이 난무하고, 등장인물을 움직이는 동기는 심하게 유치하다. 이 유치함은 악당들의 동기에 끼어있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하는 요소이며, 주인공을 움직이게 하려면 단순할지언정 유치한 동기는 배제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주인공의 정의가 유치할 때 그가 하는 살육은 악당의 것과 진배없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머더퍼커(크리스토퍼 민츠 프래지 분)' 일당이 사람을 죽이는 동기와 '정의의 팀'이 사람을 죽이는 동기는 달라야 한다는 말이다. 차라리 처음부터 서로의 아버지의 원수인 머더퍼커와 '힛걸(클로이 모레츠 분)'의 대결을 위주로 그렸다면 그나마 나았을 것이다. 주인공인 힛걸을 옥죄는 '마커스(모리스 체스넛 분)'도 이 활극의 거친 호흡을 틀어막는 장애요소가 된다. '킥애스(애런 존슨 분)'과 '슈퍼 캡틴(짐 캐리 분)'을 필두로 결성된 '정의의 팀' 역시, 별것도 아닌 일에 열을 올리고, 도를 지나친 응징을 시전한다. 시민들은 정말 '정의의 팀'을 영웅 취급했을까? 적어도 이 영화 안에서, 그들은 코스프레를 하고 거리를 누비는 양아치에 불과했다. <킥애스 : 영웅의 탄생>이 재미있는 영웅의 가능성을 시사했다면, <킥애스 2 : 겁없는 녀석들>은 전편의 노력을 허사로 만들며 우습기 짝이 없는, 영웅이라 부를 수 없는 그 어떤 것을 만들어냈을 뿐이었다.
<킥애스> 시리즈에 다음은 있을까? 다음이 존재하더라도, '힛걸'은 더이상 힛'걸'일 수 없을 터다. 3년 전의 힛걸보다 올해의 힛걸의 외모가 객관적으로 성장하고 나아졌더라도, 그것이 '힛걸'이라는 캐릭터에 도움이 되는 점은 전혀 없었다. <킥애스> 시리즈에는, 새로운 힛걸과, 더 진부해진 스토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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