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RCHIVE 1

신밧드, Szindbad

<신밧드>는 흔한 '여자들을 사랑한 남자'의 이야기다. 하지만 다른 바람둥이 이야기들과 다르게, 그의 여성편력은 불친절하고도 독특한 편집 방식으로 표현된다. 다양한 자연의 풍경들과 여체, 신의 모습를 비롯한 갖은 오브제들이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클로즈업되어 그의 기억을 되짚는 중간중간 잔상처럼 나타났다가 금세 사라진다. 관객들은 그렇게 신밧드의 일생을 접하지만, 그를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다. 적당한, 그리고 특정한 거리에서 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것이 남의 인생, 남의 기억인 탓이다. 그리고 그 거리란, 스스로가 아니면 지킬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그를 거쳐간 수많은 여자들이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았다는 흔한 말을 하는 신밧드이지만, 오늘 초면인 우리는 그의 말들을 완전히 받아들일 수는 없는 것이다.


한 남자들을 거쳐간 수많은 여자들은 여느 영화와 마찬가지로 '창녀'의 모습을 하고 있다. 비단 옷으로 몸을 꽁꽁 싸매고 있지만, 그녀들은 태생적으로 원죄를 범한 죄인이다. 그리고 그 여자의 몸에서 나와, 여자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인생을 살아 온 신밧드 역시 자신을 죄인으로 칭한다. 여자에게 사랑을 속삭이는 순간마저 거짓이었던 신밧드는 어떤 여자의 아픔도 안아주지 못하고 그녀들에게 기댈 뿐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신의 뒤에 숨어 여자를 눈에 담으며 죽어가던 신밧드. 그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타인의 삶이란 그런 것이다. 적당한 거리에서, 그것을 올바르게 볼 수 있는 거리를 찾을 때까지 서로를 지켜보지 않으면, 이해하지 못하고 어긋날 수 밖에 없는 것. 그의 삶은 불행했지만, 그가 초면의 관객들에게 건넨 횡설수설의 고백은 분명한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