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슈퍼스타 K 4가 끝났다. 이전 시즌과는 다르게 이번 시즌의 TOP2였던 딕펑스와 로이킴 중 어느 쪽이 슈퍼스타K가 될 것이라는 확신은 아무도 할 수 없었지만, 그러한 상황에 대한 긴장감은 딱히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슈스케라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문자투표는 합격자를 뽑는데 전능한 기준이 된다. 출연자들의 무대가 시작되기도 전에 빠르게 올라가는 문자투표 콜수는 그들이 꾸리는 무대보다 출연자 개개인의 대중적 매력도가 합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하며, 이는 4시즌을 지내오면서 이미 주지의 사실이 된 터다. 시즌 2의 강승윤은 '곱등이'라는 욕을 먹으면서도 문자투표 덕에 TOP4에 안착했고, 슈퍼위크 때부터 불손한 태도로 대중의 뭇매를 맞아온 이번 시즌의 이지혜는 생방송 첫 주에 탈락했으며,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정준영의 TOP3 달성이 가능한 것도 문자투표의 힘이었다. 한편 문자투표는 건당 110원(부가세 포함)이라는 돈이 들기 때문에, 일종의 투자의 성격을 띨 수 밖에 없다. 문자투표 결과가 사전 인터넷 투표와 반드시 같은 결과가 나오지는 않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일인당 110원 이상은 배팅할 수 없는 방식임에도 사람들은 내가 '돈을 들여' 투자한 후보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마주하고 싶어하지 않게 된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아무런 직접적 이익을 주지 못하는 정치에 회의를 느껴 남세상 일처럼 치부하게 되는 것처럼, 시즌을 거듭할 수록 '누가 되든 맘대로 하라'는 분위기가 만연하게 되는 것이다. 시즌 3가 결승전에서 180만콜이라는 경이적인 문자투표 수를 기록했지만 외려 시즌 4 결승에서는 기대 이하의 콜수가 집계되었다. 이러한 결과의 원인에는 문자투표라는 결정적 우승자 선별의 기준이 불합리하다는 대중적 시각의 누적에도 큰 비중이 있다. 슈퍼스타K는 그 태생적 특성 탓에 점점 '그들만의 리그'로 고립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분명한 수치로 드러나는 문자투표 수의 저하나 대중적 관심도의 하락은 프로그램 고유의 방식에 느끼는 피로감 때문만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200만명이 넘는 참가자 중 추리고 추려낸, 음악적 실력과 나름의 특별함을 인정받은 참가자들의 신선도를 아예 포기해버린 연출 탓을 하지 않고 넘어갈 수가 없는 것이다.
한 달 쯤 전에 이 블로그에 '천사와 악마'라는 제목으로 슈스케 4 관련글을 쓴 적이 있다. 그 글에서 언급했던, 프로그램의 과정이 다소 작위적이고 비약적으로 진행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던 근거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긴장감을 버린 대신에 대중의 구미에 맞는 쇼를 제공하려는 제작진의 목적을 읽었던 지점으로부터 비롯됐었다. 뭐가 어쨌든 그 시도 자체는 이전과 다른 것이었기에 말미에 기대의 첨언을 넣기까지 했지만, 결과적으로 슈퍼스타K 시즌 4를 한 회도 빠트리지 않고 본 시청자로서 역시 오디션 프로그램에 긴장감이 빠져서는 안된다는 분명한 결론만을 내리도록 만들었다. 이전 시즌 참가자들은 어느 정도 곡 선정에 본인의 스타일을 배려받았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새로운 변신과 시도들이 존재했었다. 그러한 연출이 대중에게 무리수로 다가왔든 주효하게 먹혀들었든지간에 그같은 시도 자체만으로도 참가자들의 안위에 대한 불안, 즉 긴장감을 자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어떠한 창의성과 독창성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방송기간 내내 감돌았던 심심함의 원인이 이와 같은 비겁스런 안전추구에 있었다. 곡선정은 한없이 안전했고, 주마다 내려지는 미션에는 그 주의 참가자들을 통일시키는 코드 자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수준이었다. 심사 중 이승철이 했던 말처럼, '팬서비스'에 지나지 않는 무대들이 이어졌다. 상처 없이 성공을 이루려 했던 연출이 결과적으로는 실패에 가까운 결과를 만든 것이다. 시청자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듣기 좋은 무대'를 바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듣기만 좋은 무대'를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도저도 아닌 듯한 모양새로 슈퍼스타 K 시즌 4는 마무리되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더이상 슈퍼스타 K는 시즌을 더하지 않고 이대로 끝나기를 바란다. 분명한 포맷의 한계가 가시화되었음에도, 그것을 뛰어넘으려 하지 않는 제작진의 안주가 계속된다면 내년에는 더 재미없는 쇼를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게다가 슈스케의 성공 이후로 가능한 거의 전 영역에 오디션 프로그램의 경쟁 체계가 도입된 탓에 시청자들은 오디션이라는 포맷 자체에 이미 질려가고 있다. 마치 너도나도 유행하는 프랜차이즈로 창업하는 것 같은 현재 방송가의 작태에 근원에는 슈퍼스타K의 무변화가 있다. 트렌드를 선도했음을 생색내고 싶다면 이제는 다른 트렌드를 창조해내야 한다. '문화'를 가장 잘 하는 것이라 말해 온 CJ가 또다른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 내는 것에, 기대에서 비롯된 촉구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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