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나를 너무 좋아해서 평생동안 물고 빨고 핥아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영원이 없다는 것-아니, 아직까지는 없다고 단언하고 싶지는 않다-을 모를 군번은 아님에도, 그리고 설사 내 마음이 영원하지 않더라도 너는 그냥 쭈욱 나를 사랑해줄 수 없을까 하는 철없는 생각을 한다. 거기다 이 망상들이 우연히도 정말 이루어졌으면, 하고 빌기도 한다. 특히 너를 좋아하고 난 후로 나는 나의 자아라든가, 개성이라든가 하는 그런 것들을 별로 신경쓰지 않게 돼 버렸다. 나는 그냥 모로 가든 '네가 어쩔 줄 모를 정도로 좋아하는 사람' 그 자체가 되고 싶을 뿐이다. 좀 병신같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 어쩔 땐 하나도 의미없는 짓거리구나 싶기도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이도 그렇다. 내가 너와 견주어 그렇게 못하지는 않지,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불쑥, 어느새 너는 저 멀리서 너무 찬연히 빛나고 있는 것 같고, 나는 아무 것도 아닌 그런 모습으로 네 반짝임에 눈부셔 할 뿐인 것만 같은 느낌이 나를 참을 수 없게 만든다. 사실은 나도 지금 여기서 꽤나 열심히 살고 있는데도 그냥 그런 기분이 든다. 부지불식간에 찾아 오는 그런 때는 수영도 못하는 내가 2미터 짜리 풀장에 빠져 누군가에게 머리를 눌린 채로 허우적대고 있다가 숨을 더이상 참을 수 없을 즈음 겨드랑이부터 들어올려져 뭍으로 나온 것 같다. 그 기분이 나를 죽을 것 같게 만들지만, 또 살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나는 온통 너, 너, 너다. 그냥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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