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메테우스
프로메테우스 IMAX 3D
큐브릭 이후의 SF에서 큐브릭을 지우는 것은, 과연 불가능한 것일까?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HAL'이 데이빗으로 인간의 모습을 갖췄을 뿐 2012년의 SF라기엔 너무도 클리셰 범벅. 2012년의 SF여서 그럴 수도 있지만, 또 너무 고전적인 느낌이기도. 덕분에 영화 전체에 감도는 무겁고 진중한 분위기는 장점이라고 생각하지만, 심지어 괴수의 외양마저 그로테스크적인 진보를 하지도 않았다는 것은 성의 문제라고까지 생각됨.
초반 데이빗이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주워 섬기는 모습에 적절한 은유로고! 라며 무릎을 쳤던 것도 잠시.. 우주를 배경으로 하지만 로렌스의 사막 만큼도 스케일이 크지 않다는 느낌이었다. 에이리언 시리즈가 컬트적 성과를 이뤘던 것은 그것이 B급 영화이기 때문이었지 우주와 인간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흥행의 주된 원인이 아니지 않았나.. IMAX나 3D같은 보는 기술의 발전 말고는 솔직한 말로 조금의 진일보도 없었던 것이 맞다. SF 특성상 내러티브가 비현실적인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을 납득시킬 의지조차 없는 허술함이 아쉽다. 특히 주인공인 엘리자벳 쇼 박사... 놀라지들 마시길.. 여태까지의 여전사랑 차원이 달라주시니까.. 혀를 내둘렀당께..
그래도 이 영화를 볼만하다고 느끼는 것은 온전히 그 독특한 세계관과 요즘 영화답잖게 고전적이고, 웃음기를 싹 걷어내어 코스믹 호러류의 진중한 맛이 있었기 떄문이었다.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근원에 대한 갈망과, 그 근원이 외계에서부터 비롯되었을진데 그 외계란 곳에서 우리 지구를 자꾸 알 수 없이 침공하려 든다는 것. 그야말로 지속가능한-이라 쓰고 영원히 우려먹을 수 있는 이라 읽는다-세계관인데 리들리 스콧이 그걸 좀 보완해서 내놓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게 안타까울 뿐. 누군가의 리뷰를 보니 이 영화가 에이리언의 프리퀄이 아니라는 점을 열심히 설파하더니 그것이 이 영화가 갖는 의의라는 식의 되도 않는 설명을 해 놓았더라. 창조에 관한 서사라니.. 생각해 보라. 데이빗이 인간에게 자신을 왜 만들었냐고 질문하자 능력이 남아 돌아서라고 말한 인간들이, 조물주에게 왜 자신을 만들었냐고-심지어 그들이 조물주인지도 확실치는 않다!-물어보려고 우주를 돌아다니며 개죽음을 당하는 것이 이 이야기의 전부다. 어차피 '허무한듸!'로 끝날 이야기를 몇 십년간 잘도 팔아먹은 셈이고 해답을 결코 찾을 수 없기에 앞으로도 충분히 팔아먹을 수 있는 소재라는 것이 리들리 스콧이 만들어낸 스토리의 장점인 것이다. 그가 죽기 전에 제대로 된 뭔가를 한 번 보여주고 소천하기를 바랄 뿐..
데이빗이 홀로그램에 손을 대자마자 마치 리나 인버스가 클리어바이블에 손을 댔을 때처럼 눈 앞에 우주가 펼쳐지는 느낌은 단연 이 영화 최고의 시각적 쾌감이었다.
참고 : IMAX 3D를 볼 때는 최대한 가운데 좌석을 선택하시되 f g h 열 중 하나에 앉는 것이 좋을검돠. g열이 제일 낫다고 생각하지만 목근육이 튼튼하신 분들은 f열도 괜찮을 듯.. cgv는 특히 안경유저들에게는 불편할 수 있으므로 웬만하면 가운데 좌석으로..